좋은 기회가 닿아 연수에 강의를 나가게 되면, 한 번쯤은 꼭 강조하게 되는 대목이 바로 "한/글/ 워드프로세서" 이다. (정식 명칭은 '아래아 한'에 '글'이 붙어있는 형태이나 온라인으로 아래아를 표기하기 어려워 한/글/로 표기)
한/글/은 1989년 대학생들이 모여 우리만의 워드프로세서를 만들어보자는 큰 뜻으로 시작하여, 한글 창제 이념과 우리만의 편리함을 바탕으로 제작된 워드프로세서이다.
한/글/의 역사
애플컴퓨터 기반의 어마어마한 가격(90년도 당시 금액으로 1대당 1~2천만원 가까운)의 외국 워드프로세서에 의존해 오던 국내의 출판 시장에 비교적 저가형으로 출발한 IBM-PC 호환기종(우리가 사용하는 PC)컴퓨터 기반의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게 되면서, 출판계에서도 급격히 EDPS(탁상출판)가 보급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한 출판업계 뿐만 아니라, 저자들 또한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 원고 집필을 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 때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한글과컴퓨터'라는 벤처 소프트웨어 업계로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 이후,
경영난과 불법복제, 외국산 워드프로세서의 파장으로 한/글/의 개발이 중단될 위기까지 겪기도 하였으나, 외국산 워드프로세서로부터 독립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발매한 9천원대의 '한/글/815'구매에 온 국민이 참여하게 되고, 경영진의 구조조정 등의 노력으로 다시 살아나게 된다.
한국! 세계에 몇 안되는 독자개발 워드프로세서 사용국
한/글/의 의미는 비단 국산 워드프로세서라는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수 많은 국가들이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는 몇 종 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MS워드가 세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더 말할 이유가 없다.
가까운 중국, 일본만 하더라도 자체개발한 워드프로세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MS워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뭐 워드를 만든 나라니까 상관없다지만, 유럽만 하더라도 MS워드 일색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어딜가도 한/글/ 뿐이다. 이미 우리의 손에 익숙해져있기도 하거니와 우리 실정에 맞게 개발된 워드프로세서이기 때문에, MS워드의 체계에 익숙치 않아 배우기가 쉽지 않다.
한/글/의 경영악화와 개발중단의 위기를 노린, 마이크로소프트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앞에서 MS워드 평가판을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길가는 아이들에게까지도 거의 뿌리다시피 하였으나, 결과는 보시다시피 보기좋게 실패 하고 만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뿌듯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한국시장에 MS워드 홍보와 판매를 포기한지 오래다...
그 대신,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액셀, 파워포인트 없이는 아무 작업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으로부터는 독립하지 못한 셈이다.
(알고보면 재미있는 이야기. MS워드의 전신인 '워드퍼펙트', MS엑셀의 전신인 '쿼트로시리즈'... 모두 세상을 휩쓴 중소기업의 제품이었다.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을 인수하여, 자신들의 이름을 붙이고 오피스라는 패키지로 묶어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
소프트웨어 독립운동!
이제 우리는 한/글/과 같은 훌륭한 소프트웨어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육성하여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로부터 독립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IT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면에는 외국 소프트웨어회사 먹여살리기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즈라는 운영체제를 제작 판매하여, PC 1대당 1카피의 가격을 고스란히 챙기고 있다. 우리가 100만대의 PC를 생산한다면, 그 안에는 100만개의 윈도우즈가 설치된다는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PC생산대수 x 윈도우즈가격'이라는 공식으로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지불하고 있다.
파워포인트... ICT활용교육이 강조되면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다가 거의 설치 안 된 PC가 없을 정도로 보급되어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프트에 고스란히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Adobe사의 포토샵과 프리미어...
Macromedia사의 플래시와 디렉터...
모두 외국 소프트웨어업체인데다가 고가의 소프트웨어들이다.
이제 우리는 한걸음 한걸음 소프트웨어 독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왔다. 외화 유출 뿐만아니라 IT산업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한/글/의 성공과 우리만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여, 소프트웨어 산업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한/글/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중요한 교훈이다.
:맥노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