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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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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노턴
집으로 향하는 저녁무렵이 되면...

언제부터인가 몸과 마음에서 고단함이 풍긴다.
웃으면서 걷기보다 생각에 빠져 걷게 되고...
걸음걸음마다 생기는 그림자의 길이가 마음속 그늘의 길이만해짐을 느낀다.

뭐, 퇴근길에 이벤트가 없어서 그럴지도...

퇴근길 전철안은 노을색... 늘 그렇다.
사람들 얼굴도 노을색... 늘 그렇다.

전철이 멈춰서고 문이 열림과 동시...

어깨로 나를 밀치며 서둘러 내려서는 사람들의 모습...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서둘러 계단을 오른다. 집에 맛있는게 있나보다...

어느날 ... 함께 전철에서 내린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 손을 잡고 내려서서 엄마는 동생을 다시 업느라 승강장 의자에 멈춰서있고 그 아이는 전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자기 발보다 큰 빨간 부츠. 남자 아이처럼 짧게 자른 머리. 생각에 잠긴듯 차분차분한 걸음걸이... 여느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여자아이.

나도 멈춰서서 아이를 따라 전철을 바라보았다. 전철 운전석 창문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문닫을 준비하는 승무원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물끄러미 아저씨를 바라보고 서 있다. 나도 그렇게...

그 때, 아이는 그 승무원을 향해 작은 손을 들어 살살 흔들기 시작했다. 승무원도 아이를 바라보았고...

순간 나는, 저 두 사람의 대화가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그려진 대화를 글로 표현하기에 내 짧은 필력으로 불가능한 것이 한이다).

승무원도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무미건조한 퇴근길의 무미건조한 내 얼굴에 커다란 미소를 선물해 준 작은 대화였다.

곧 전철의 문이 닫히고, 승무원은 다시 운전석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이는 그 서서히 떠나가는 전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엄마의 손에 이끌려 서둘러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수 초에 지나지 않는 짧은 순간이 이리도 오래 기억에 남는 까닭은...?

:맥노턴...
* :맥노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2-07-22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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