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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쿨이라는 벤처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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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노턴

2013.1.7

#1. 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볼 수 있는 초등교사들의 커뮤니티… 바로 인디스쿨이다. 웹사이트 www.indischool.com

19만 명의 회원가운데 교사로 인증된 회원만 13만 명이다. 현재는 비영리단체로 등록하여 활동하고 있었지만, 그 시작은 닉네임 ‘대두샘’ 박병건 선생님의 개인 홈페이지였다.

초등교사들이 만든 소중한 교육 자료를 상호 교환하기 위한 ‘자료실’로 시작한 인디스쿨. 용량부족과 서버운영비 등의 어려움을 회원들의 ‘자발적인 운영회비’로 극복하고 지금의 대형 커뮤니티로 발전하였다.

인디스쿨이라는 벤처커뮤니티 프로젝트 중, 내가 맡은 부분은 시스템 관리다. 2002년말~2003년초 쯤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 발을 들여놓게 된 이후 지금까지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대두샘은 과감히 던지고 자연인으로…)

컴퓨터 사이언스가 어떻게 교육현장에 구현되었는지를 이 재미있는 벤처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볼까 한다. 컴퓨터 사이언스 보다는 소프트웨어 공학? 엔지니어링? 컴퓨터 공학? 뭐 이런 이론적 기반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니… 부담없이 접근하시길…

최근 여러 잡다한 경영관련 책들을 흡수하면서 인디스쿨과 비교해보니 정말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초등교사들로 이루어진 인디스쿨 운영진 어느 누구도 경영전반, 조직운영, 인사관리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갖추지 않았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의 경영방식이 환경에 맞게 변형되어 적용하고 있었다는 사실.

게다가 아주 오래 전 인디스쿨 운영진 내부에서 나누었던 아이디어나 서비스들이 지금의 웹2.0과 다름 없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였다는 점.

인디스쿨에서 구현된 서비스들이 벤치마킹 > 상용화되어 교육관련 서비스 업체들의 탄생의 바탕이 된 사연 등등…

시간이 되는대로, 자판이 가는 대로,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조각조각 내어 쓰고자 하니, 미려하고 웅장한 대 서사시를 기대하지 마시길…

 

#2. 경영자의 마인드와 버림의 에너지

워낙 속이 깊은 사람이기에 ‘대두샘’을 내가 잘 안다고 보기 어렵지만, 초기 슈퍼영웅개발자였던 나와 참으로 많은 의견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대두샘의 서버를 직접 관리하고, 웹서비스를 개발하게 되면서 대두샘은 경영자의 입장이 되었고, 나는 개발자의 입장이 되었다.

내가 처음 인디스쿨에 발을 들여놓을 때, ‘절대로 경영에 손대지 않겠다’며 순전히 기술지원에만 참여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시스템관리자가 경영에까지 손대면 엄청난 권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전면으로 나서지 않고 대두샘과 운영진의 니즈needs에만 집중하면서 ‘음지’를 지향했다.

사실, 나 혼자 운영체제의 설치, 보안, 백업, 위기관리, 데이터베이스, 웹서비스 전반을 모두 커버하고 있었으니… 대두샘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 놓더라도 ‘바빠서 못합니다’라는 말 한 마디는 경영자의 의지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불행히도(?) 난 기술에 대해 무모한(?) 자신감으로 거절하지 않았고,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직접 개발해서 구현하려고 하였다.

초반에는 대두샘, 운영진, 맥노턴(나) 뿐인 신생 벤처 규모였으니까.

대두샘은 참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다. 인디스쿨을 떠난 지금도 꿍꿍이가 가득할 텐데… 풀지 못하면 병이 될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종종 든다.

아이디어가 많고, 하고자 하는 의지와 추진력은 강했지만… 아이디어의 현실화 단계에서 부족했던 전체프로세스설계와 시간배분, 사회공학에 대해서 조언하다 보니 남들이 봤을 땐, 살벌한 격론이었겠지만 발전적인 의견 교환 쯤?

초반에는 ‘창조주’인 대두샘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서비스에 신경 쓸 겨를 없이 늘어나는 사용자와 서버의 한계, 전용선과 디스크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전념하였기에 의견 충돌이 일어날 부분은 크게 없었다. 시스템이 문제 없이 잘 돌아가면 내 역할이 끝났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은 대두샘의 역할이었으니까…

2005년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메인 페이지의 디자인을 바꾸고 싶은데, 대두샘은 본인의 의지로 싹 뜯어 고치기를 원했고, 나는 빈도를 분석하고 정보디자인을 고려하고, 당시 디자이너였던 닉네임 요술콩 ‘최선주’선생님과의 의견을 공유하는 단계 전반을 고려해서 뜯어 고치기를 원했다.

결국, 대두샘이 전격적으로 페이지 디자인을 바꾸고 리뉴얼을 했고, 난 뭐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갔고, 웹디자이너 요술콩이 조금 섭섭해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MSN으로 대두샘을 만나면, 저녁 9시에 시작해서 새벽 2~3시까지 ‘채팅’으로 인디스쿨 운영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방법을 제시하면서 토론이 이루어졌다.

대두샘은 작은 아이디어를 빨리 구현하기를 바랬고, 나는 그것을 수정하고 세련되게 바꾸어 크고 완벽하게 천천히 추진하기를 주장하는 바람에 설득과 논쟁이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본인의 의견을 기꺼이 수정하여 항상 개발자인 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었다. 물론, 결과는 작은 일을 내가 크게 벌이고 결국 내가 수습하는 형세로 마무리 되었지만.

대표운영자로서 자신이 만든 사이트이니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할 수 있었음에도, 개발자와의 허심탄회한 토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향을 잡아 나갔다는 사실. 바로 경영자(관리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참 존경스러운 경영자였다.

규모가 커지고, 개발팀에서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도 대두샘은 늘 겸손하게 더 나은 의견을 수렴하는 경영자였다. 또한, 자신의 몸과 같았던 인디스쿨을 다른 운영자에게 남겨주고 일말의 미련 없이 소탈하고 깔끔하게 떠난 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그 이후, 인디스쿨을 물려받은 2기 대표운영자는 대두샘의 관여없이 인디스쿨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과감히 개선해나가기 시작했고, 예전과 다른 방향에서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으며, 회원은 급증했고, 서버는 폭주하고… 시스템 담당자인 나는 또 밤새고… ㅠㅠ;

결국, 대두샘의 수용적이고 합리적인 경영마인드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버림이 인디스쿨의 발전에 새로운 에너지이자 기회가 되었다는 사실. (대두샘 말년에 발전이 정체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시작하면서 방향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포인트다)

대기업의 회장 ‘이’ 모씨도 갖추지 못한 경영자의 마인드가 아니었나 싶다.

 

#3. 개발하기 전에 치밀한 설계

2006년 대규모 개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제로보드4 기반의 인디스쿨은 PHP프로그래밍을 통해 기능을 개선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었다.

닉네임 ‘어리버리’ 김광수 선생님이 개발자였고, ‘요술콩’ 최선주 선생님이 웹디자인/마스터링을… 난 서버관리와 함께 대규모 개편을 맡게 되었다.

안양역 앞 대동문고 2층의 북카페에서 여러 사이트들을 벤치마킹하고 개편작업의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 전까지는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스팩문서(라고하면 거창하려나?)를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디자인에 대한 스케치와 구성, 컬러셋, 프로그래밍을 위한 모듈 구성, 프로시저와 함수의 사전설계와 동작 등…

이 문서를 기반으로 디자이너는 자신의 영역을, 프로그래머(코더)는 또 자신의 영역을… 생성된 결과는 서로 공유하면서 적용하고 수정하는 단계가 반복되었다.

요술콩은 역할이 웹다자이너였지만 코드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어리버리의 코드를 디자인에 반영했고, 미리 제작된 설계에 의해 정확히 구현된 코드는 내부를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코드의 길이가 짧다보니 개발문서를 별도로 작성하는 대신에 주석을 상세하게 충분히 달아 소스코드의 이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디버깅과 유지보수의 입장에서도 스팩문서가 바탕이었기 때문에, 셋 중 누구라도 어느 부분을 손대야 할지 알고 있었고, 2006-2009년까지 사용한 인디스쿨의 웹페이지가 완성되었다.

때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설계를 한다는 것은 시간 낭비처럼 생각된다. 설계와 문서 없이 당장 작업이 시작되면 가시적으로 진행되어 마치 무언가 멋지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스파게티 디자인과 코드들이 과연 유지보수 단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부정적이라고 본다.

NEIS시스템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나 유지보수의 입장에서 형편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바로 이런 까닭이다. 초기 설계에서 전문가가 아닌 업무전문가가 참여하여 마치 업무를 효율화할 것처럼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전체적인 인터페이스부터 실패하고 개발 단계에서도 삐걱였으며, 오픈 이후 디버깅 단계에서도 일 년 가까이 방향을 잡지 못했다. 설계를 한 사람의 구성과 자질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 스팩/개발문서가 완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의 분위기가 그렇기도 했고…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인디스쿨 역사를 보았을 때,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전문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은 드러내도 좋은 것 아닌가 싶어 상기해 보았다.

지금 요술콩과 어리버리는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나 또한…

 

#4. [나눔] > 소통 > 창조

[1단계] 나눔 : 교육자료 공유

대두샘이 인디스쿨의 문을 연 시점에서 가장 큰 성과는 교실과 교실 사이의 벽을 허물고, 교사와 교사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이다. 각자 가지고 있던 소중한 자료를 인디스쿨이라는 광장에 풀어놓고 나누기 시작했다.

2000년 당시만해도 정보화기자재들이 배치되어 활용되기 시작했고, ICT활용 교육 연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정작 수업에 활용 가능한 기막힌 자료는 선생님들의 교실 속에 잘 정리되어 숨겨져 있었다.

달라고 말씀 드리기도 어려웠고, 선뜻 내주시더라도 아날로그인지라 내 스타일로 손대기 불가능하던 시절……. 인디스쿨 자료실에 하나 둘 쌓여가는 손때 묻은 자료들은 새내기 교사들은 물론 중견교사들에게도 소중한 아이템(?) 이었던 것이다.

인디스쿨을 계기로 교실 한 켠에 모여있던 소중한 자료들이 하나 둘 빛을 보게 되었고,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사들의 자신감 레벨 상승과 자신의 자료가 다른 사람들에게 소중히 쓰이고 있다는 사실로도 성취도 및 자존감 레벨 상승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레벨 상승은 심각한 성취 중독을 유발하는 긍정적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

더 나아가서 인디스쿨에 올라온 자료들은

  • 오픈 소스, CC 같은 거창한 개념의 도입 없이도 원작자는 자발적으로 오픈 했고,
  • 오픈된 1.0 버전의 자료를 실제 수업에 활용해보고, 개선한 2.0 버전의 자료를 피드백(재공유)하여 자료의 질을 높여왔으며,
  • Flash를 이용해 현장감 있고, 아이디어 넘치는 자료들을 교사들 스스로 제작하여 배포하였고,
  •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자료들을 서로 품앗이하여 찾거나 제작하여 (재능기부) 공유함으로써

단순 자료실의 개념이 아닌 ‘정보 공유의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어 왔다.

인디스쿨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요구들을 현실화 하다 보면, 바깥 세상보다 적어도 3~4년 앞서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인디스쿨의 최고의 인기 서비스는 ‘교육자료실’이다. 하루 1.5TB의 트래픽을 생성하는 것이 바로 교육자료들이고, 전체 500GB에 달하는 첨부파일의 대부분이 교육자료다.

용량이 늘어나면서 오래된 ‘낡은’ 자료를 지우자는 의견도 있지만, 10년 지난 낡은 자료들이 지금도 다운로드 > 리메이크 되고 있기 때문에 삭제할 수 없다. 인디스쿨에서는 ‘낡은’이라는 낱말을 ‘쓸모있는’으로 치환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지역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반)강제적으로 만들다 사라져간 ‘교수학습도움센터’들과 지금도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에듀넷’의 실패 원인을 찾지 못하는 까닭이 바로 이런 앞서가는 나눔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 있으리라.

하지만, 대두샘이 ‘자료실’로서의 인디스쿨로 만족하지 않았다는 점은 네이밍에서 알 수 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5. 나눔 > [소통] > 창조

[2단계] 소통 : 커뮤니티의 활성화 (1)

초등 교사들은 교실에서 생활한다. 교실로 출근해서 교실에서 밥 먹고, 교실에서 놀고, 나가봤자 운동장이고, 잠깐씩 모이는 장소가 학년연구실이나 교무실이다.

의외로 교사들 사이의 대화 컨텐츠를 보아도 주제가 다양하거나 대화기술이 원활하지는 못한 편이다. 학교이야기가 대부분이고 화장품이나 핸드백, 여행, 맛집 이야기 정도가 그래도 멀리 간 수준이다. 인디스쿨이 이런 대화의 폭을 넓히고, 대화와 소통의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 봤지만…….

자료실 이외에 게시판들에는 거미줄이 여기저기 매달려있고, 게시판에는 댓글이 잘 달리지도 않고, 신규교사들의 고민상담이나 업무에 대한 정보 공유 정도? 교육정책에 대한 생각도, 수업에 대한 진솔한 고민도, 취미생활에 대한 소소한 나눔도……. 교실이야기 이외의 주제는 수줍어(?) 하는 귀여운 교사들이다.

이렇게, 2단계 소통으로의 진입은 아무래도 어렵겠구나 싶은 순간에 2기 대표운영자 닉네임 ‘작은불꽃’ 공창수 선생님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바로 ‘오프라인’ 모임의 활성화였다.

인디스쿨 운영진과 재야의 선생님들 중에는 기이한 재주를 가진 무림의 고수가 의외로 많이 계신다. 3기 대표운영자 닉네임 ‘지니샘’ 정유진 선생님은 실제로 무술 고수이면서 애니어그램 전문가다. 초등참사랑 사이트의 운영자이신 이영근 선생님, 박광철 선생님, 임대진 선생님 등 재야의 고수 분들이 인디스쿨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자율연수를 마련했고, 배움을 통해 사람들의 교류를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은 온라인보다 확실히 따뜻했다. 선생님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알차고 다양한 연수들이 개설되고, (교과부에 등록된 정식연수원이 아닌지라 직무연수 점수가 되지 않음에도)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오프라인에서 정을 나눈 회원들은 온라인에서도 끈끈한 관계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이런 가슴이 따뜻해지는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 될수록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회원수의 증가 > 접속 증가 > 트래픽 증가 > 처리량 증가 > 시스템 느려짐이었고, 누군가의 머리가 따뜻해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때, 생성된 연수들은 교육청에서 추진하던 흔하디 흔한 연수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교사들에게 꼭 필요했던 = 아이들에게 꼭 필요했던’ 주제들이었고, 재야 고수의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수준 높은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인디스쿨에 개설했던 주옥 같은 연수의 주제와 직접 연수해주신 고수 분들이 온라인 교육연수원의 강사 역할로 참여하게 되어 학교 현장에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는 기회가 된다.

2단계 소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인디스쿨이 영원히 가지고 가야 할 메인 요리다. 대화와 소통의 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온라인시스템이 충분히 받쳐줘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툭하면 끊어지고 잡음이 많아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전화기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6. 나눔 > [소통] > 창조

[2단계] 소통 : 커뮤니티의 활성화 (2)

닉네임 ‘리누범’ 박성범 선생님과 함께 서버를 관리하고 있던 상황에서 ‘회원 수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와 ‘접속량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지는 저질의 서비스 문제는 꿈 속에서도 따라다니는 만득이(?) 같은 존재였다.

제한된 서버자원을 얼마나 뽑아내느냐에 대한 고민이 한계에 이르고,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바로 ‘하드웨어’ = ‘돈’

커뮤니티가 막 활성화되려는 시점에 서비스가 느려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대박 난 음식점의 자리가 좁아 손님을 오랜 시간 줄 세우거나 돌려보내야 하는 마음과 비교할 수 있을까?

몇 차례 자발적운영회비를 모금하여 위기를 넘겨왔지만, 회선이용료나 서버 한 대 정도 구입하는 수준이라 ‘푼돈’이나 마찬가지였다.

단일서버 시스템은 한계에 부딪혔고, 분산서버 시스템으로 넘어갈 단계라고 판단하였다. 우리가 직접 작업하는 것으로 하여, 기술지원비(인건비)를 제외하고 다중 웹 서버와 스토리지 및 데이터베이스 서버의 분리, 전용회선의 대역폭 확장 등 분산서버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해보니, 몇 년간 아끼며 모아온 자발적운영회비를 탈탈 털어야 가능한 금액이었다. 탈탈 털어도 모자라 연수/행사 등의 기초 운영비에서 가져와야 할 정도였다.

3대 대표운영자 닉네임 ‘지니샘’ 정유진 선생님의 통찰에 의한 빠른 판단이 위기 극복의 포인트가 된다. CEO로서 (쪼잔하게?) 투자비용, 모금액, 손실비용 등등 수치데이터만 만지작거리며 미적거리지 않고, 인디스쿨의 발전 가능성과 회원(초등교사)들의 잠재력 등을 종합하여 (우리 팀의 기술적 능력도?) 판단, 가지고 있던 모든 자금을 한 번에 지출하기로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위기를 돌파하게 된 것이다.

기업에서도 실패하는 CEO들의 나쁜 습관인 ‘믿을 만하게 포장하여 보고된 데이터’를 근거로 결정하거나, ‘미적미적 책임 소재를 돌리면서 시간을 끌다가’ 일을 그르치곤 한다. 일부 학교의 관리자들도 그렇지 않은가?

오랜 시간 경험하고 광범위한 안목과 팀원, 회원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통찰력 있는 빠른 판단이었다. 교사들의 나눔 정신을 믿었기에 추가 모금이 필요함을 공지하자 곧 마이너스였던 운영비는 다시 플러스로 돌아서게 된다. 다시 한 번, 선생님들의 나눔에 감사 드린다.

지금에 와서 (편하게) 하는 이야기지만, 만일 그 때 선생님들의 기부가 부족해 새로운 자발적운영비가 충당되지 않았다면, 전용 회선 사용료는 어림도 없고, 어렵게 구입한 서버들을 다시 팔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서비스는 느려졌을 테고, 시름시름 앓다가 문 닫았을지도…….

서버는 증설됐고, 가득 차 고민이었던 스토리지도 넉넉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팀의 능력을 레벨-업 시키는 기회였고, 분산서버시스템을 우리 손으로 직접 설계하여 구축한 짜릿한 경험도 얻게 되었다.

이러한 바탕 위에, 2단계 소통의 단계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연수 시스템이 2013년부터 가동된다하니……. ^^; 기대된다.

 

#7. 나눔 > 소통 > [창조]

[3단계] 창조 :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이룰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단계가 ‘창조’의 단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교육과정 이외에도 우리가 갖추어야 하고, 누군가가 해주지 않는 우리만의 컨텐츠가 필요하다. 이것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지극히 즉흥적이고, 어떤 체계나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든, 얼렁뚱땅 만들어내기 일쑤인) 정부의 교육과정을 예로 들면,

공교육에 있어서 국가교육과정은 교사로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지역사회/학생/교사의 환경에 맞추어 추가하고 재구성하여,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교사의 몫이다.

교사 개개인의 철학과 능력을 반영해야 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라고 했을 때, 교과와 단원을 통합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좀 더 나은 교육이론을 적용하고, 오개념을 바로잡는 일련의 활동은 ‘집단지성’을 통해 충분히 가치화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 자료의 나열이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속에 철학과 창의성을 가미하는 ‘교육 전문가로서의 지극히 교육적인 창조 활동’을 통해 교사 스스로의 전문성을 기르고 나아가 백 년을 계획하는 교육을 그리는데 인디스쿨이 일조 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물론, 3단계의 실현을 위해서는 집단지성의 가치화 시스템 구현의 문제를 포함해, 교사들의 동기부여와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이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인디스쿨의 역사를 보았을 때, 교사들의 역량과 동기는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 시스템의 구현이 문제인데…….

앞서 예고한, 2013년 새롭게 변화하는 인디스쿨 연수가 3단계의 씨앗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나눔>소통>창조’ 챕터는 지극히 주관적인 비전인지라 대표운영자와 운영진의 비전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이 단계들은 과거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어서 언제든 변화되고 보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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