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개발하다 건강 잃었다" | |||||||||||||||||||||||||||||||||||
유명 제과사 전 중견간부 안병수 씨가 말하는 식품 건강 | |||||||||||||||||||||||||||||||||||
미디어다음 / 글=김준진, 사진=정재윤 기자 | |||||||||||||||||||||||||||||||||||
16일 미디어다음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가공식품의 장단점을 하나하나 짚어냈다.
그에 따르면 ▲과자, 사탕,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의 주원료를 차지하고 있는 정제당은 체내 혈당대사를 비정상적으로 만들어 저혈당증과 당뇨를 유발하고 ▲포화지방에 들어있는 트랜스지방산은 정상적인 세포의 생리활동을 교란하며 ▲대다수 가공식품에 다양하게 들어있는 600여개의 식품첨가물 등은 지금까지 동물실험 결과에서 안전성을 입증받은 것 외에는 따로 증명된 것이 없다는 것. 이어서 그는 “라면은 식품첨가물의 복합적인 결정체, 사탕은 정제당 덩어리, 껌은 향료 투성이, 아이스크림은 불순물을 체액과 섞어주는 얼린 유화제, 아메리칸 사료나 마찬가지인 패스트푸드, 가장 위험한 식품첨가물인 아질산나트륨이 들어 햄과 소시지 등 알고 나면 쉽게 손이 가는 가공식품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소비자들 스스로 식품정보 수준을 높여 더 나은 가공식품을 선택해야 한다”며 “그래야 기업들도 당연히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좇아 건강을 고려하는 가공식품들을 생산해 내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가공식품 제조사들이 지난 20여년 전보다 연구인력을 줄이고 연구개발보다는 엉뚱한 마케팅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 이 같은 가공식품의 폐해에 대한 그의 연구와 경험의 결과는 최근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국일미디어)으로 출간됐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같은 직장 선배들도 오래 못 살더라"
"설탕과 물엿, 첨가물이 내 혈관을 타고 도는 느낌" 건강 문제 때문이다. 1984년에 입사했고 16년 동안 근무했다. 그러면서 30대 중반을 넘어서자 건강이 나빠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나이탓인 줄 알았다. 건강검진을 받아봤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 데도 간 역시 문제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매사에 의욕을 잃어갈만큼 건강에 대한 자신감도 계속 떨어져만 갔다. 그러다 ‘식원성증후군’이라는 책을 보고 깨닫기 시작한 거다. 가공식품의 폐해가 나열된 그 책의 내용이 내 식생활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었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돌아보니 직장 선배들도 오래 못 사신 분들이 많았다. 암 등 생활습관병(성인병)에 일반인보다 쉽게 걸리는 것 같았다. 품질관리를 위해 과자를 하루에도 최소 10개 이상 먹고, 청량음료를 물 마시듯이 마시며, 아이스크림은 하루에 한 개 이상, 즉석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던 내가 ‘이건 아니다’ 싶었다. 설탕, 물엿, 첨가물 등이 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고 내 뇌 속으로 진입한다는 느낌만으로도 진저리를 치게 됐다. 2000년 3월에 회사를 관두고 가공식품을 끊었다. 일주일 정도 단맛이 무지하게 땡기는 금단현상이 왔다. 긴장감마저 느껴지고 허전함도 괜시리 컸다. 그 고비를 넘기고 6개월이 정도 지나자 몸이 거짓말처럼 다시 좋아졌다. 몸 상태가 나빴던 것이 반드시 가공식품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건가. 식품 전공자로서 오래 일해왔기에 그런 질문을 많이 듣는다. 지금 당장 가공식품과 건강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라면 근거있는 자료를 제시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내가 몸소 겪은 일이다. 마치 가속실험을 한 기분이다. 가장 나쁜 경우의 수를 둔 실험을 통해 일반적인 결과에 대한 추정치를 얻어낸 셈인 거다. 최소 7~8년 동안 가공식품을 입에 달고 살다보니 몸 상태가 나빠졌다. 그걸 끊고 일정 기간이 지나자 몸 상태가 호전됐다. 더 이상 어떤 증거가 필요한 건가. 차후에 기회가 된다면 직업군별 건강상태를 연구·조사해봤으면 한다. "가공식품의 폐해 = 정제당(설탕) + 포화지방(쇼트닝) + 식품첨가물"
가족 간의 정서적인 문제는 일단 덮어놓고 이야기하자. 신체건강상의 문제는 가공식품의 원료를 이해하는 게 가장 쉽다. 가공식품을 해롭게 하는 주된 원료는 정제당과 포화지방(식물성 경화유), 식품첨가물의 세 가지다. 정제당은 고순도의 당이다. 설탕도 99.7%를 넘어야만 설탕이다. 나머지 0.3%은 수분의 흔적일 뿐이다. 정제당 속에는 당분만 있다. 영양소와 섬유질은 전혀 없다. 따라서 몸에 들어가면 즉시 혈당수치를 높인다. 이 같은 정제당이 많이 들어있는 가공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체내 혈당수치는 널뛰기를 하게 된다. 혈당대사의 핵심물질로 가능한 낮은 수치를 유지해야 하는 인슐린의 농도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저혈당증을 거쳐 인슐린 저항에 맞닥뜨리는 거다. 거기서 더 나아가는 병이 당뇨병이다. 정제당도 섬유질과 함께 섭취하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과자와 김치, 아이스크림과 야채샐러드를 함께 먹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다. 포화지방은 쇼트닝, 마아가린처럼 굳은 기름이다. 이 같은 경화유는 다루기 쉽고 가공방식이 다양해 가공식품 공정에서 감초처럼 사용된다. 하지만 가공 과정을 거치면 트랜스지방산이 발생하는데 바로 이 지방산이 문제다. 트랜스지방산은 인공물질이라 체내에서 대사가 안 된다. 게다가 세포들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한다. 정상 세포는 세포막을 통해 불순물을 걸러내지만 트랜스지방산이 세포막을 대신 덮어버리면 세포 내 노폐물을 배출이 안 되고 불순물로 세포로 쉽게 유입된다. 쉽게 말하면 면역력을 약화시킨다는 거다. 감기균이 들어오면 그걸 덥석 세포가 받아들이게 한다는 거다. 우리나라 식품공전에 올라간 식품첨가물만도 600여가지다. 주로 미국 FDA 등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물론 식용색소 적색2호 등 미국에서 발암성을 이유로 사용금지한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허용하는 등 다소 차이는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모든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이 동물실험 결과까지만 거쳤다는 약점이 있다. 실제로 인간의 뇌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 지 행동동리학상의 문제, 환경호르몬과 같은 효과를 일으키는 지 여부 등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착향료는 1000여개에 이르는 데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일본, 초기 인스턴트라면 먹고 사망한 사례도 몇 차례"
"정제당과 향을 빨아먹는 셈인 껌" "햄과 소시지는 가장 위험한 가공식품" ▲라면 라면은 각종 첨가물을 한꺼번에 다량으로 먹을 수 있는 복합가공식품이다. 국물까지 후루룩 마셔버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우리나라 식습관 중 다행인 것은 라면을 먹을 때도 김치나 다른 반찬을 함께 먹는다는 거다. 반찬에서 더해지는 섬유질과 영양소가 라면의 해로움을 반감시킨다. 일본은 인스턴트 라면을 먹을 때 오이피클 몇 개를 더 집어 먹을 뿐이다. 이 때문에 1960년대 인스턴트 라면 초창기 일본에서는 라면만 먹고 사망한 사례도 꽤 있었다. 라면의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도 문제다.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혈관 건강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스낵류 식품에는 당지수가 있다. 가공식품의 당지수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혈당수치를 높여 뇌에 포만감을 전달한다. 스낵류도 마찬가지 원리로 공복에도 쉽게 포만감을 준다. 밥을 먹기 전에 과자 부스러기 몇 조각을 주워 먹으면 밥맛이 금새 떨어진다는 말이다. 스낵류의 맛을 위한 각종 각종 첨가물이 생체대사에 좋을 게 없다는 것도 이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캔디 정제당 덩어리다. 당을 탐닉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가공식품인 거다. 한 가지 더 유의해야 할 점은 사탕 겉봉지에 씌여 있는 ‘물엿’이다. 이때의 물엿은 우리가 알고 있는 조청이 아니다. 조청은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곡류의 즙을 짜내서 만들어 영양소 등이 남아있지만 가공식품에 표기된 물엿은 화학물질로 만든 정제물엿, 정제당일 뿐이다. ▲껌 껌은 작은 몸집에 많은 화학물질을 담고 있다. 설탕과 물엿, 포도당 등이 약 30%, 나머지 70%가 색소, 향료, 유화제 등 전부 화학물질이다. 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껌 하나 당 0.1g이나 들어가는 향료다. 체중 50kg인 사람이 껌 하나를 씹으면 향료의 체내 농도가 무려 200만ppt(1조분의 1)에 이른다. 껌의 베이스를 이루는 물질도 천연치클에서 인공화학물질로 대체된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이 때문에 껌을 씹는다는 말은 ‘정제당과 향을 빨아먹는다’와도 같다.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화제’다. 유화제는 수분이 많은 식품 속에서 물과 기름 성분이 잘 섞이고 분리되지 않도록 해준다. 이 물질은 체내에서도 불순물질과 혈액 등 체액이 서로 잘 붙어있도록 한다. 불순물이 배출되지 않고 체내를 돌아다니게 하는 물질이라는 거다. 이 유화제는 곡식을 원료로 하는 음료수 등에도 많이 쓰인다.
▲햄과 소시지 독일에서 발암성을 이유로 그 사용을 중지한 ‘아질산나트륨’이 들어있는 가공식품이 햄과 소시지다. 우리나라 육가공업체의 대부분을 이를 사용하고 있다.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가면 불그스레해지며 먹음직스러워지고 보존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 화학물질은 소량으로도 가장 확실히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식품첨가물 매장에 가도 아질산나트륨은 쉽게 살 수 없다. 어디에 사용하는 지 용도를 설명하고 따로 주문해야만 할 정도다. 이에 일본의 전문가들도 가장 위험한 식품첨가물로 꼽고 있다. ▲가공우유 며칠 전 소보원도 웰빙 우유에는 색소와 향료만 들어있다고 발표했다. 30여 년 동안 장수식품으로 사랑받았던 ‘ㅂ’우유도 마찬가지다. 정제당이 필수적으로 들어 있고 색깔은 색소로, 맛은 향료에만 의존했다. 과즙 우유들도 극소수의 양만 과즙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청량음료 콜라가 카페인 때문에 나쁘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최근에는 인산이 충치를 유발한다고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콜라 대신 사이다를 고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콜라와 사이다는 서로 별 차이가 없다. 어차피 정제당으로 단 맛을 냈고, 향료로 다양한 맛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드링크제와 비타민 음료 천연비타민과 합성비타민이 있다면 어떤 게 더 몸에 잘 흡수되겠는가. 당연히 천연비타민이다. 몇몇 제약회사와 식품회사가 최근 비타민음료 열풍을 주도했지만 과연 그들이 합성비타민의 체내 흡수율을 연구해봤는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 드링크제와 비타민 음료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방부제, 안식향산나트륨은 건강에 치명적이다. 방부제가 뭔가. 산소와 결합을 방해해 부패하지 않도록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체내의 세포들은 산소와 결합해야만 그 생명을 유지한다. "소비자가 좋은 식품 고르는 버릇 들여야 기업도 따라온다"
그렇진 않다. 가공식품도 긍정적인 면이 많다. 값이 저렴하고 보존기간이 길지 않은가. 하지만 정제당과 각종 첨가물 등으로 인한 유해성이 분명히 있다. 이에 소비자들이 식품 정보에 밝은 상태에서 현명한 소비를 해야한다는 말이다. 기업들이 보다 건강에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도 소비자들이 먼저 유해한 가공식품을 사지 말아야 한다. 기업도 안 팔리면 소비자의 뜻에 따를 것 아닌가. 결국 소비자들이 식품소비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업 역시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매출이 20여녀 전에 비해 2~3배로 늘었는데 연구개발인력이 절반으로 줄었다면 말이 안 된다. 소비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도 ‘식품완전표기제’가 필요하지 않은가. 현재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가공식품의 원료가 15가지라도 많은 것 순서대로 5개만 겉봉지에 표기하면 된다. 소량으로 더해진 식품첨가물이 어떤 게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부분은 일본처럼 식품완전표기제로 갈 필요가 있다. 적어도 식품정보에 관심있고 이를 실천하려는 소비자들을 위해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회사를 그만 둘 때에는 책을 낼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연구소를 이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규합해 더 키워볼 생각이다. 식품 정보와 상식을 일반인들에게 많이 제공했으면 한다. 이 때 가공식품회사와 서로 오해가 없도록 절충해 나가는 게 앞으로 남은 과제이기도 하다. 소비자와 가공식품 회사가 윈윈해야 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