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3학년? 어찌됐건 그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에 컴퓨터라하면 어마어마한 가격과 특수한(?) 사람들만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관점을 깨고,

인텔의 8086/8088 CPU 기반의 개인용 컴퓨터(정확히 말하자면 IBM-PC호환 기종)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이 CPU에 기반을 둔 빌게이츠의 불후의 명작 DOS라는 운영체제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요즘 사람들은 들어보지도 못했을...

Brain(c), 예루살렘, LBC 등의 이름들이 뉴스며 각종 지면에 등장하기 시작... 컴퓨터 바이러스의 활약이 시작하였다.

어느날 갑자기 컴퓨터의 데이터가 삭제되고, 작업화면에 갑자기 이상한 그림(?)이 등장하면서 겉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사태를 그냥 보아넘길수는 없는 일...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백신이 하나 둘 제작되기 시작했고... 당시 최강 백신 맥아피 사의 Clean/Scan, 우리나라의 Vaccine 이 탄생하여 바이러스들을 쓸어내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국내외 4~5종이 유행하였다.

이런 시절의 5.25인치 디스켓은 쉽게 망가지는 탓에 디스크의 오류를 복구하는 NDD(Norton Disk Doctor)가 필수 유틸리티가 되었었는데, 이 NDD의 제작자가 바로 Peter Norton.

그를 본받기 위해 컴퓨터를 연구하기 시작하고, 프로그래밍에 손을대기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도 존경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나의 닉네임 맥노턴(macNorton)에 붙게 된 것이다.

바이러스와 백신의 과도기에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디스크를 포개놓으면 바이러스가 옮겨 감염된다...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사약과 같은 것으로 치료해야 한다...
심지어... 사람에게 전염되기도 한다...

는 등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하였다...

파일 복원, DOS기능향상, 디스크 복구, 프린터제어 같은 재미있는 유틸리티를 만들어대던 나... 컴퓨터 바이러스의 스스로 동작하는 지능적인 면에 끌리게 되었고... 서점가를 누비며 책을 찾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성안당에 계셨던 관계로 어느날 '바이러스뉴스 1호'라는 책을 가져오셨고, 그 때, 나는 처음으로 안철수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물론, Vaccine에 이어 Vaccine2, Vaccine2 Plus 등의 백신들로 인해 이름만을 알 뿐이었지만, 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것은 바이러스뉴스 1호였다.

얼마 후, '바이러스뉴스 2호'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난 한창 물이 올라 바이러스를 제작할 수 있는 실력에 접어들게 되었다...

처음엔 여러 바이러스 소스들을 DOS에 포함된 Debug라는 유틸리티를 사용해서, 하나하나 뒤져내고 연구했었다. 어마어마한 시간과 집중력, 노트... 성과는 적지만 시간은 참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몇몇 유틸리티를 알게 되었고, 역어셈블러도 구해서 손에 익혀가기 시작... 그 무렵 나는 학업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받게 되었다... 손에 익어가기 시작할 무렵이라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과... 성적이 추락하기 시작하면서 가족과의 갈등... 사춘기적 반항...

결국, 컴퓨터에 손을 놓게 되었고... V3가 못잡도록 기존의 바이러스들을 수정하고(변종), 자체 제작 바이러스를 담임선생님께 선물해 컴퓨터를 먹통으로 만들어버리는 에피소드 정도로 난 만족해야 했었다...

학업에 전념하면서 프로그래밍보다는 게임쪽으로 관심이 흘러가고...

창창한 미래를 위해 컴퓨터는 잠시 미루고, 학업에 투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만난 안철수씨... 좋은 연이 되었다면, 지금쯤 연구소에서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을지도...

무언가에 미쳐서 세상의 시름을 잊었던 시절...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그런 시절을 겪어봤었다는 것 자체로 난 행복한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한다...

또한, 그런 경험이 지금의 내 원동력이 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