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기록될 2024년이다.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 맘편히 잠들지 못한다. 명신정권에서의 1203무상계엄은 무능, 무식, 무도한 대통령 내외와 소속정당, 고위공직을 궤찬 친일매국노의 후손, 지구상에 사라진 공산주의가 여전히 두려워 벌벌떠는 극렬반공주의자들이 일으킬 수 있는 최악의 수였다. 명분없는 비상계엄이 일으킨 사회,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에 복구하기 어려운 파장을 일으켰고, 심지어 재앙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채 100여일 넘게 진행 중인 2025년 3월의 시점에서 당시의 기억을 나만의 공간에 접고 넘어가야겠기에 남겨본다.
대학교 친구들과 디스코드로 만나 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 오랜만의 행복에 찬물을 끼얹은 건 갑작스러운 정전도, 몬스터들의 반격도 아닌, 세상 꼴보기 싫은 얼굴이 채운 티비화면이었다. 아이들도 잠든 온전히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틈타 게임을 즐기고 있는 내 상황과 역사책에서나 배웠을 법한 계엄령이라는 이 무시무시한 상황이, 과연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순간의 혼란에 마이크가 켜진 상태임에도 험한말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계엄선포가 끝나고 화면에는 국회의 상황이 방송되기 시작했고, 잠도 이루지 못한 채 티비 앞에서 서너시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주 이상하고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의 수, 특히 야당의원의 수가 예상보다 많았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일정을 준비하기 위해 각자의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게다가 각자 지역구에 흩어져 있었을 터.
둘째, 포고문에 따라 국회로 모여드는 국회의원을 체포하지 않는 군의 움직임이 매우 이상해보였다. 이어지는 방송을 통해 국회에 남아있던 의원과 통제된 정문을 피해 담장을 넘어 들어온 의원들이 모두 합쳐진 것이었는데, 군은 왜 포고령에 따라 저지하는 국회직원과 긱민들을 밖으로 끌어내지 않았는가.
이쯤 되니, 사전에 미국 정보라인이 (미의회의 인물을 통해) 야당에 전달했을 것이고, 일부 야당 지도층이 비밀리에 대비하고 있었으리라고 볼 수 밖에. D-day H-hour를 특정하지 못해 다소 혼란은 있었으나, 야당 의원들이 일사분란하게 호응한 것이 다행이었다. 이미 몇 달 전에 이루어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이 관련 장관에게 계엄에 대한 제보가 있다며 던진 그 질문 속에 힌트가 있기도 했다.
여기에 역사적인 노력으로 대한민국 국군의 민주화가 상당히 진행되어서, 병사들도 과거 무조건적이고 야만적인 명령수행이 아닌 합리적인 작전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결국 그들이 이 파국을 막은 셈이 되었다. 반면, 똥별이라 불리는 자들은 여전히 권력과 권세, 개인의 이익에 눈먼 자들이었다. 국가관과 역사관, 군인으로서의 긍지나 자부심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크나큰 헛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24년 12월 3일 계엄령의 선포와 야당의 계엄해제, 여당의 계엄해제 결의 불참부터 시작되어 헌법에 반하는 포고령 실행자와 일부 장관 및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은 2025년 4월을 앞둔 시점에서도 아직도 마무리 되지 않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무기한 지연되어 국민의 불안감과 상실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마치, 계엄령이 아직도 효력을 잃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세력에 의해 실행중이 아닌가 하는 무시무시한 의심까지도 드는 것도 상식 밖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