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철이 덜 든 편이다. 대학시절도 중고딩의 그 허영심과 상상력, 낙관론이 자리잡고 있었고,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고도 이어질 정도로 (남들이 말하는) 철이 늦게 들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5분 단위 이불킥으로 밤새울 수 있을 정도다.
반면에, 이런 생각도 든다. 철들기 전 흑역사 시절은 비교적 생각과 행동이 단순했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취한 것들이 많았었다. 지하철 승강장의 판매대에서 구입한 PC Week를 즐겨 읽었는데, 마음에 끌리는 신기한 (미래)기술을 발견하면, 수첩에 적어 두었다가 주말에 대형 서점으로 달려가 하루를 꼬박이 공부했다. 교육청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도, 별다른 고민없이 신나게 집중했고, 숙제검사도, 교재연구도, 코팅과 가위질도, 매일 아침 출근길에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 손을 잡고 교실에 데려왔다. 별 생각없이 그냥 했었다. 쌓여있는 프로젝트들을 처리하느라 밤을 새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무심한 시간이 흘러 (뒤늦게나마) 남들만큼 철이 들기 시작했을 때, 서서히 몸이 둔해졌다. 귀차니즘과 망설임도 많아지고, 뭐든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탓에 타임워프가 될 확률이 뻔하다는 이유로 이리저리 계산하게 되었다. 생각할 것이 많아진다는 것은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뜻과 같았다. 프로젝트의 수가 적어지면서 성과도 줄어들고, 성취감도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이것도 그저 그렇고 저것도 그저 그렇고, 딱히 미친듯이 매달린 무언가도 없는 슬픈 상태가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윤리와 도덕을 갖춘 상태는 유지하되, 젊은 시절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리지 않는 것이 성공의 비법이 아닐까. 아울러 스티브 잡스, 엘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의 성공신화는 바로 유아기적 성인시절에서 무모하게 도전하고 끊임없이 이어갔기에, 세상에 빛을 발한 것이라는 믿음이 드는 요즘이다.
한 줄 요약.
세상에 그래도 뭐하나 남기고 싶다면, 이불킥을 유발하는 유아기 정신연령을 가진 성인시절에 그냥 하고, 끈질기게 하고, 좋은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하는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