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4일
글씨는 나만 알아보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그 속에는 나의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손가락 끝부터 손목, 팔에 이르는 세세한 근육을 사용하면서 그려내는 그림으로서의 글씨의 의미도 있겠지만, 획과 획의 간격, 세로와 가로를 잇는 동안 ‘기다림’, ‘세기’, ‘흐름’과 같은 의미를 수련하게 됩니다.
자음에서 모음으로 넘어갈 때, 짧은 순간을 참아내지 못하면 획이 달라붙어 버립니다. 자음에서 가로획으로 시작하는 모음으로 넘어갈 때도 힘을 주어 충분히 뻗어내지 못하면 균형을 잃고 비틀비틀 세로 글자가 되어 버리게 됩니다.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이 내공 수련의 하나로 서예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컴퓨터와 워드프로세서가 발달한 세상일수록 글씨는 더욱 중요한 나의 표현 방법입니다. 어린 시절 터득하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 열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바로 글씨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더욱 가슴 아픈(?) 일은 아이들은 ‘교사’의 글씨체를 그대로 모방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학년을 마칠 즈음 아이들 일기장의 글씨체를 우연히 보다가 저만의 특이한 획을 그대로 흉내 내어 그 아이의 글씨체가 되어버린 것을 보고 너무나 놀랐습니다.
쉬는 시간과 아침 시간에 글씨를 쓰게 합니다. 처음엔 제가 만든 학습지로 글을 쓰게 했고, 지금은 별도의 글씨체 연습본이나 펜글씨 교본을 구입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 한국글꼴개발연구원 > 자료실
http://www.sejongkorea.org/
주의하실 점은 글씨체 학습지를 만드실 때는 절대로 신명조 같은 활자체를 사용하지 마시고,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개발하여 공개한 손글씨 정자체인 ‘문체부 쓰기 정체’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활자용 서체는 손글씨와 맞지 않아 따라서 쓰기도 힘들고 예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