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4일
교사가 되어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것 중에 하나가 ‘빈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복도를 오가면서, 교실에서 ‘눈’이 마주치면,
“오늘은 키가 더 자랐네? 골고루 먹어서 그런가?”
“이놈, 어제 늦잠 잤지? 다크 서클이 턱까지 내려왔구나.”
“웃으면서 다녀봐~ 넌 웃는 게 훨씬 이뻐.”
이런 ‘가벼운 인사말’이나 ‘친밀한 빈말’은 여러 이로운 점이 있습니다. 그냥 슥 지나가면서 관찰한 것을 한마디 툭 던지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습관이 생겼음을 의미하고, 아이들은 이런 작은 부분의 접촉을 통해 교감을 형성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실, 아이들에게만 통하는 건 아니죠.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딴 생각하던 친구들도 이렇게 형성된 깜 덕분에 친밀도가 높아져 더 집중하고 열심히 참여하는 경우도 많고, 집안 일로 마음이 어지러운 친구는 교사의 한마디에 마음을 잡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대놓고 무릎 맞대고 앉아서, “너 어제 밤에 늦게 잤니?”하면 어느 누구도 마음 편히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한 마디는 당사자 이외의 다른 아이들이 주워 먹기도 합니다. 꽤 자주 주워 먹습니다. 곧바로 이런 말이 들려오죠.
“선생님! 철수 어제 새벽까지 LOL(온라인게임) 했대요.”
“음, 그걸 네가 어찌 알고 있누~~?”
“쟤도 했어요! 쟤네들 맨날 PC방 가요.”
“맨날 아니거든!”
“내가 어제 학원가는 길에 3반에 철수랑 가는 것 봤다니까.”
철수는 밤늦게까지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집에서 게임을 말릴 부모님의 역할이 필요하거나 이런저런 사정들이 있겠고, 같이 즐기는 녀석은 누구고, PC방에 다니고, 3반 철수도 함께 어울리고… 이런 소중한 정보는 아이를 위해서만 사용되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