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4일
누구나 경험하셨지만, 일기를 하루 중 정해진 시각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 쓰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이런 습관이 익숙한 아이들도 많습니다) 나에게도 어려운 일을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 하루 종일 책상 위에 일기장을 펼쳐놓고 하루의 일과를 낙서처럼 기록하도록 하였습니다.
친구가 내 일기장에 한 줄 써주기도 하고, 선생님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을 적기도 하고, 수학 공책을 깜빡 잊고 두고왔을 때에는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하고, 생각도 적고, 동시도 적고…
하루하루 이렇게 낙서처럼 적어나간 일기장이 어느새 두툼해지자 아이들이 너무나 기뻐합니다. 다 쓴 일기장은 이어붙여서 일 년이 지나면 두툼한 책이 됩니다.
손으로만 쓰지 말고 무엇이든 기념이 될만한 것을 붙여보라 했더니, 영화관에 다녀온 날엔 영화 티켓을 붙여놓고, 음식점 넵킨을 붙여놓기도 합니다. 실잠자리를 잡아서 넓은 테잎으로 코팅하듯 붙여놓은 친구도 있었는데……. 꽃잎도, 나뭇잎도.
습관이 붙기 시작하면 완성된 몇 문장 이상 쓰도록 합니다. 새로운 내용을 쓰지말고, 낙서를 정리하거나 붙여놓은 것에 대한 설명을 달도록 했습니다. 그림을 그린 날에는 그림일기가 되었죠. 오늘 공부한 읽기 책의 내용 일부를 옮겨적거나 짜임새가 훌륭한 글은 전체를 옮겨적기도 합니다. (당연히, 글씨는 바르게)
이런 습관은 하루에 집중된 수업을 일주일이나 보름 정도의 장기 프로젝트로 늘리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어떤 일이 있었지? 라는 친구들끼리의 물음도 일기장을 펼쳐보며 언제였다며 대답해주고, 이런 일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 자체로 긴 시간을 내다보거나 돌아보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죠.
독서록, NIE, 평화일기 모두 일기장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독서일기는 모서리에 독서 스탬프를 찍었고, 평화일기는 비둘기 스탬프를 찍었습니다. 일기는 쓰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쓰다보면 일기가 됩니다.